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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 안도현의 詩<너에게 묻는다>

by photoguide 2014. 2. 10.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안도현의 詩<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아마도 이 싯구를 기억하는 분들은 많을 것 입니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바로 詩人 안도현의 詩 <너에게 묻는다>에서 나오는 구절입니다. 지금은 차갑게 식어버리고 볼품없이 허옇게 꺼진 연탄재이지만 그래도 한때 불이 활활 타오를 때는 그 누구에게도 뜨거운 불덩이였습니다. 자신의 몸을 다 태우도록 주위를 따뜻하게 만들었던 연탄이 재로 되기까지 시간,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흘러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연탄재는 그렇게 구석에 쌓여갑니다.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를 이끌어주고 잘 해주었던 분들중 혹시 잊어 버리고 소홀하게 한 사람은 없었는지 그리고 나 또한 그 누구에게 희생할  수 있는 유익한 사람이었던지 반성하는 의미를 주는 어구입니다.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세상은 살면 살수록 겸손하고 베풀어야 한다는 깊은 뜻도 다시 생각해야 할 것 입니다. 누구나 성공하고 싶고 누구나 잘 되고 싶은데 그러한 과정에서 나 자신을 성찰해보고 인내하며 다른 이를 배려하는 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반쯤 깨진 연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 닿는데 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위에
지금은 인정머리없는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 얹고
아랫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 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 오르기를
나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눈에 빨갛게 불을 켜고
구들장 속이 얼마나 침침하니 손을 뻗어 보고 싶은 것이다
나로 하여 푸근한 잠 자는 처녀의 등허리를
밤새도록 슬금슬금 만져도 보고 싶은 것이다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全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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