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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단편소설 '사로잡힌 악령' 다시 보기

by photoguide 2018. 2. 28.

우리가 사는 세상은 실제로 있는 현실이고, 소설은 상상이나 또는 있음직한 일에 대한 허구를 쓴 것이라 하겠습니다.

 

세상은 소설같은 일들이 정말로 난무하고, 어찌보면 소설보다 더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꾸며낸 이야기가 진짜 같이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허구적인 일들이 진짜로 일어나는 현실을 보면서 허무하다고까지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 새롭게 부각되는 'Me Too' 운동을 보면서 아주 오래전 부터 우리가 모르는 허구적인 일 같은 것들이 현실로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작년말 할리우드의 유명 제작자로 알려진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으로 시작된 성추행·성폭행 고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전개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용기있는 여성피해자들의 증언으로 추악한 현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연예계, 문학계, 법조계 등 우리사회에서 중심역할을 하였던 많은 사람들이 미투운동을 통해 이름이 공개되고, "정말 그 사람이, 그럴리가?" 하는 당혹감은 황당함을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시인 최영미가 문단 내 성추행을 고발한 시 <괴물> 속 'En 선생'이 누군지에 대한 궁금함이 증폭되었던 차에 어느 시인을 빗대 쓴 소설로 알려진 이문열 작가의 단편소설 '사로잡힌 악령'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문열 작가는 ‘사로잡힌 악령’이 실렸던 <아우와의 만남> 서문에서 “소설은 어디까지나 소설로 읽어 주길 바란다. 내가 더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악에 대한 우리의 심리적 대응 방식이었지 작품의 인물이 아니다.”고 하면서 현실과 허구의 혼란이 따르지 않도록 오해하지 말라고까지 했으나, 그러한 소설의 허구적 내용이 정말로 우리 현실에 있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문열 작가가 1994년 발표했던 단편소설 ‘사로잡힌 악령’은 지금 책으로 만날 수 없는데 그것도 초판이 아니면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이 누구'라는 것에 대해 많은 논란이 따르자 이문열 작가는 그 작품을 자신의 창작 목록에서 없애고 책을 절판시켰다고까지 하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더 궁금하기까지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문열 작가의 '사로잡힌 악령'이라는 단편소설이 지금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궁금함을 자아냅니다.

 

이문열은 이 단편소설에서 꼭 누구라고 확정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 줄거리를 보면 대략 그렇습니다.

 

“힘이 없는 악은 의미가 없다.

악이 악다워 지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완숙한 악은 자신에 의해서가 아니면

파괴되지도 절멸되지도 않는다”


- 이문열 단편소설 ‘사로잡힌 악령’ 중

 

소설에서 내용은 어느 법조인을 1인칭 화자로 하여 그의 눈에 띈 어느 승려 출신 시인의 행적을 폭로하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으로 나온 환속 승려는 유명한 고승의 상좌이자 시인인데 자신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는 것을 빙자하여 문학지망생 여성과 친구의 부인까지 성농락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가면을 쓰고 마구잡이로 난잡한 성추행을 일삼던 그는 문학계에서 자신의 입장이 어려워지자 갑자기 민주투사가 되어 밖으로 보기에는 마치 대단한 인물로 포장된 삶을 살아간다 합니다. 그러던 차에 세상이 민주화되고 시대상황이 바뀌어지면서 그동안 독재에 항거하였던 저항시인의 면모를 탈바꿈하여 다시 또 다른 훌륭한 시인과 같이 살아간다고 합니다.


'사로잡힌 악령’이라는 소설을 통해 당장에는 그 소설의 주인공이 누구인가?라는데 주목할 수 있으나, 실제로 이문열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부조리한 우리사회를 고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바로 그 가면을 쓴 시인의 추잡함을 적시하기 보다는 그러한 시인이 우리사회에서 활개치고 가짜 인생을 살아도 무방한 것 같이 보이는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폭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사회의 썩은 곳에서 쓰레기는 바로 치워야 합니다.

 

쓰레기가 만연하면 악취가 진동하는데, 문제는 그동안 악취를 맡았던 사람들은 그 악취에 익숙하여 그 냄새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부조리한 것 입니다.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에 무슨 일이 있었고, 잘못된 일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합니다.

 

술자리에서 가해자들이 성추행을 일삼아도 모르는 척하면서 침묵하는 분위기가 바로 악취에 익숙해버린 부조리와도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엄청난 일들이 연초부터 우리사회에 알려지고 있는데, 그동안 인권과 정의를 외치면서 바른사회 구현을 외치던 시민단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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