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쌍계사, 선다(禪茶)의 정맥을 잇는 천년사찰을 가다
봄이 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오월도 한참 지나 초록으로 산하가 물드는 이때 지리산 능선은 기다렸다는 듯 초록산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차 향기가 물씬 난다는 이야기를 담은 곳, 화개장터로 유명한 경남 하동군 화개면(花開面)을 찾아 쌍계사로 향했습니다.
하동 쌍계사는 천년사찰의 신비를 간직한 곳입니다. 이곳은 삼신산(三神山) 쌍계사(雙磎寺)라고도 부르는데 특이하게 호리병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지형을 갖추고 있습니다. 옛날부터 금강산을 봉래산이라 부르고, 한라산을 영주산이라 하고, 지리산을 방장산이라 하였는데, 금강산, 지리산, 한라산을 삼신산(三神⼭)이라 합니다. 바로 쌍계사가 삼신산 가운데 하나인 방장산(⽅丈⼭)이라 불리는 지리산(智異⼭) 남쪽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제13교구 본사입니다.
쌍계사, 알고 가면 더 좋다!
쌍계사는 산문을 여는 개산과 창건 둘로 구분됩니다. 개산은 통일신라 724(성덕왕23)년에 삼법(三法), 대비(⼤悲) 두 스님이 중국선종의 6대조인 육조혜능조사의 정상(두상)을 모시고 설리갈화처(雪裏葛化處 눈 속에 칡꽃이 핀 곳)에 정상을 봉안한 것으로, 이때 개산(산문)을 처음 연 것이라 합니다. 그러고 보니 쌍계사도 천년이 넘은 전통사찰입니다.
천년고찰 쌍계사
창건은 신라시대 840(문성왕2)년에 진감혜소(眞鑑慧昭, 774~850) 선사가 당나라 육조혜능조사의 선법을 잇고 귀국하여 삼법, 대비 두 화상께서 육조혜능조사의 정상을 봉안한 곳에 조사의 영당(影堂)을 짓고 사찰을 더욱 확장하여 옥천사(⽟泉寺)라 칭하고, 이곳에서 선(禪)과 불교 음악인 범패(梵唄)를 가르쳤다고 합니다.
쌍계사가 이렇게 오래된 사찰인만큼 쌓인 이야기도 많습니다. 특히 차에 관한 전설적인 이야기가 쌍계사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828년에 신라의 대렴공이 당나라 사신으로 갔다가 귀국하면서 차나무 씨를 가져와 차나무를 화개 일대에 심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하동이 차로 유명한 동네가 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곳이 처음에는 옥천사였는데 옥천사는 산문밖에 두 시내가 만나 쌍으로 흐르니 ‘쌍계사’라는 사명(寺名)을 내려 지금에 이른다고 합니다. 신라의 최치원은 쌍계사를 보고 ‘호리병 속의 별천지(壺中別有天地)’라고 극찬을 했다고 합니다. 또한 옛날에도 이상세계를 꿈꿨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모여 살았던 곳이 바로 ‘청학동’입니다. 청학동은 쌍계사와 바로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쌍계사도 우리나라의 전쟁의 참화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임진왜란 때에는 폐허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후 중창을 거듭하다가 1975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복원과 중수, 중창을 거쳐 사찰의 품격을 다시 갖게 된 것입니다. 쌍계사에는 국사암, 불일암, 도원암 등 산내암자가 있습니다. 또한 죽기 전에는 나오지 말라는 상사관원과 하사관원이 있으며 청학동에는 불일산방이 있습니다.
쌍계사를 올라가다가 만나는 시내물입니다. 이렇게 시냇물이 쌍으로 있어서 쌍계사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쌍계사로 가는 사찰길에는 곧 부처님 오신 날을 기리는 연등들이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길 중간중간마다 누군가 정성껏 쌓아 올린 돌들이 곳곳에 많이 보입니다. 사찰에 가는 도중이나 또는 사찰 안에서도 돌이 쌓여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사찰에 가면 돌 쌓는 이유
사찰 가까운 곳에 돌이 쌓여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부처님을 뵈러 가다 오는 많은 일반인들의 작품입니다. 그런데 어떤 것은 정말 잘 쌓아서 다시 보게끔 합니다. 위의 돌도 누가 쌓았는지 모르지만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산 넘어 물 건너서 부처님을 뵈러 오는 많은 사람들의 발밑에 뒹굴던 돌들이 손길이 하나하나 닿아서 작품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볼 때는 그냥 볼품이 없는 돌멩이들일 수 있겠으나, 돌 한 개 한 개를 들어서 정성껏 쌓는 마음이 바로 부처님께 이르는 길이고 이 또한 소박한 공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쌍계사 입구에 도착하니 바로 일주문입니다. 삼신산 쌍계사 라는 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문을 지나면 '선종대가람'이라는 또 다른 현판을 볼 수 있습니다. 일주문을 지나 사천왕을 뵙고 금강문을 통과하니 가는 날이 바로 장날이라고 선다의 정맥을 잇는 차문화 대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쌍계사 차문화 대전 이모저모
햇차의 계절이 바로 지금입니다. 1200여 년 전 차나무 시배지가 자리하는 지리산 하동 쌍계사에서 5월 11일부터 13일까지 ‘2023 쌍계사 차문화 대축전’을 봉행되었습니다. 진감국사로부터 내려온 다맥의 전통을 잇는 차문화 축전입니다. 3일간 열린 축전에서는 햇차의 제다부터 헌다, 다맥 전수 등 다양한 행사가 선 보였습니다. 쌍계사가 단순하게 불교 문화 차원에서 종교적 행사만 갖는 것이 아니라 차문화의 정수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향연의 장을 펼쳐 주고 있었습니다. 혹시 차에 관해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쌍계사에 왕림 한번 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쌍계사 9층 석탑이 있는 곳에서 차문화 축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정갈한 손길로 찻잔을 정리하시는 분도 계시고, 이제 스님들은 행사를 마치고 다시 부처님을 잘 모시고 있습니다. 부처님 법화를 그냥 내려서 접는 것이 아니라 한지를 한장 한 장 포개 넣어서 잘 보관하시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매우 주의스럽고 정성껏 스님들이 힘을 모아 행사 뒷정리를 하시고 계십니다.
쌍계사 경내 돌거북이 입에서 약수가 힘차게 뿜어져 나옵니다. 아마도 목마른 중생을 위해 거북이가 물을 주나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물을 먹기 쉽게 바가지가 있기는 한데, 차라리 종이컵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역시 부처님 오신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곳곳에 색색별 연등이 걸려 있습니다.
쌍계사 대웅전
진감선사탑비
진감선사대공탑비(眞鑑禪師大空塔碑)라고도 합니다. "도는 사람과 멀리 있지 않고, 사람은 나라에 따라 다르지 않다.(道不遠人, 人無異國)" 라는 비문이 이 비석에 새겨져 있습니다. 신라 하대 선종에 큰 영향을 끼친 진감선사 혜소(慧昭, 774~850)가 입적한 뒤, 36년이 지난 888년(신라 정강왕 2년) 7월에 건립되었다고 합니다.
너무나 오래되어서 지금 남아있는 비문에는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언제 이것이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 훼손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1725년에 만든 목판에 비문의 내용을 옮겨 적어놨는데 다행히도 비문이 훼손되기 전의 내용이 이 목판에 남아 있어 진감선사탑비의 건립연대를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비문의 문장과 글은 최치원이 왕명을 받아 작성했고, 글자는 해서체로 2423자가 새겨져 있다지만 풍화에 시달려서인지 쉽게 알아볼 수 없습니다. 이 탑비가 지니는 역사적 가치가 워낙 크고 천년의 세월을 쌍계사에서 같이 한 것이라니, 정말 대단합니다. 고운 최치원이 만년에 세속을 떠나 쌍계사에서 기거하면서 스님들과 교류하면서 글을 직접 짓고 쓴 것이라니, 이곳에서 비문을 보자니 천년의 시간을 뛰어 넘어 마치 최치원을 만나는 기분입니다.
쌍계사의 더 많은 사찰 풍경
쌍계사의 규모도 대단하고 사찰의 역사도 오래되다보니 여기저기 모든 건축물들도 의미 있어 보입니다. 곳곳을 둘러보면서 사찰 사진을 찍어봅니다.
쌍계사 금당 가는 길
쌍계사의 가람 배치는 다른 사찰과 다소 다릅니다. 경내로 들어가면 옛 영역이 바로 금당 영역이고, 정면 팔영루 넘어 대웅전 영역이 있는데 금당으로 건너가 봅니다.
쌍계사 금당은 다소 특이한 것이 있습니다. 금당 안에는 부처님 대신에 7층 석탑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법당 안에 탑을 모시고 있는 사찰 건물이라 합니다. 청학루, 팔상전을 지나면 금당이 나옵니다. 금당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많은 계단을 올라가야 합니다. 그러면 돈오문이 나옵니다. 돈오문 -> 청학루 -> 팔상전 -> 금당 이렇게 사찰 경내를 관람하시면 됩니다.
금당으로 들어서는 문이 바로 돈오문입니다. '돈오'는 한방에 깨닫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점수'는 점진적으로 수행을 하여 깨닫는 것인데, 돈오문이라는 것을 보니 이곳의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불교 수행에 있어서는 수행하는 사람이 궁극적으로 어떤 깨닫음에 이르러면 어느 한순간에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깨달음을 얻었다고 자만해서는 안되며 계속 수행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바로 점수(漸修)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선종 불교의 수행방법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금당에 가려면 돈오문을 지나야 합니다.
쌍계사 내려 가는 길
모든 풍경이 올라 갈때와 내려갈 때가 다릅니다. 쌍계사 경내를 이곳저곳 살펴보고 내려가는 길에서 다시 일주문을 만납니다. 내려가다가 돌멩이를 모아서 작은 돌탑을 하나 만들어 봅니다. 비바람에 언제 쓰러질지 모르지만 그래도 쌍계사에 들려서 작은 공양하는 마음을 모아 돌을 쌓았습니다.
가볼만한 사찰 쌍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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