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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변신

by photoguide 2022.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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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빛이 있음에 하루가 시작됨을 알 수 있다.

 

아침이 시작되었다.

아침 햇살이 거실에 드리어진 커튼 사이로 서서히 밝게 비치면서 나는 게슴츠레 눈을 떴다.
가을이라 그런지 햇살이 더 유난히 밝게 느껴졌다.
어제도 거실 소파에서 쓰러져 잤나 보다.
간밤에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술을 조금 마셨지만 이제는 전과 같지 않은 것 같다.

정년 퇴임을 하고 나서 몸은 지칠대로 지쳐만 가고 하루하루가 힘 빠지는 나날의 연속이다.

몸은 또 왜 이리 피곤하지 하면서 나는 기지개를 힘껏 뻗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는데 내 몸이 이상했다.


나는 지금 누워있는 그 자리에서 꼼짝달싹 못하고 움직일 수 없었다.
손가락도 하나 까닥할 수 없고,
팔을 들수 없고 발도 내밀수 없었다.

 

 나

  "뭐가 어찌 된거지!
  "내가 뇌졸중으로 쓰러진건가?!"

 

아니면 온 몸에 마비가 왔나 하면서 소리를 쳐서 식구들을 부르려 했다. 
그런데 나의 목구멍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안났다.
몸도 못 움직이고 소리도 못 내게 되었다.
나는 너무 놀라서 무슨 짓을 해서라도 식구들에게 나의 이상상태를 알려줘야 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때, 마침 옆으로 큰 딸이 다가왔다.
아마도 그 애는 잠에서 깨어 거실로 나온 것 같다.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빠가 지금 말 못하고 몸도 못 움직인다는 것을 그 애에게 알리려 했지만, 그 애는 잠시 나를 흠칫 보고는 그냥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이 거실 커튼만 확 옆으로 제꼈다.
커튼이 확 열리면서 햇살은 나에게 그냥 눈 부시게 쏟아졌다.
매일 보는 아침 햇살이지만 왜 이날따라 더 밝게 보였는지 모르겠다.
나는 커튼을 다시 조금만 열어 놓으라고 말 하고 싶은데 이 말도 목소리가 안 나왔다.
난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

  "커튼 좀 닫아 줘!
  "햇빛이 너무 쎄서 눈이 부시잖아"

 

나의 이런 목소리는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그냥 나 혼자의 중얼거림이나 다름 없었다.

 

 

 

큰애는 나를 본척만척하면서 제대로 쳐다 보지도 않고 커튼과 거실 창문만 열고 돌아서 제 방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아빠에게 아침 인사도 없이 큰 애가 그냥 이렇게 가 버린 것에 마음이 무척 허탈했다.

언제부터인지 아빠를 봐도 대화도 안 하는 아이라는 것은 알고는 있지만, 지금 내가 몸을 꼼짝 못하는 이런 심각한 상황에 나 하고 눈도 안 마주치고 가버렸다는 사실에 심난하기만 할 뿐이다.  
그나저나  내가 지금 거의 온 몸이 마비되었는데 식구들중 누가 119라도 불러줘야 할텐데 정말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내가 몸이 안 움직이지만 아직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것을 보니 정신은 말짱한 것 같아 정말 다행이라는 안심도 들었다. 하지만 병원 응급실에 어서 빨리 가야 할텐데 하는 조바심은 끊이지 않았다.

 

나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도대체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걸까?
온 몸이 마비되고 움직일 수 없으니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자기 방으로 들어간 큰 애는 한참 시간이 지나도 다시 안 나오고 있었는데, 둘째 아이 형식이가 하품을 길게 하면서 주방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

  "아, 정말 다행이다!"
  "형식아, 아빠에게 좀 와 봐!"

 

나는 이번에도 젖먹던 힘을 내어서라도 소리를 질렀지만 내 목구멍에서만 웅웅거리고 내 말은 밖으로 안 나왔다.


정말 큰 일이다.

왜 내 목소리가 안 나오는 것일까?

그래도 내가 거실에 있는 것을 저 애가 알테니 이리 오면 어찌 되겠지 하면서 물끄러미 둘째 애만 쳐다 볼 수 밖에 없었다.
형식이는 잠에서 깨어나 목이 말랐는지 물만 벌컥벌컥 마시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나도 목이 말랐다. 
몸도 안 움직이고 말도 안 나오는 상태에서 버둥거리다보니 나도 너무 지쳐 있었다.
물이라도 한잔 마실 수 있으면 좋을텐데...
이러고 있는 사이에 형식이가 슬쩍 나를 쳐다 봤다.
아, 정말 다행이다.
이제 저애가 나를 봤으니 아빠가 못 움직이는 것을 알고 바로 119라도 불러 주겠지하는 생각이 들면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형식이는 성큼성큼 나에게 다가왔다.
큰 애는 나를 봐도 모른 척 했는데, 그래도 이 놈은 아빠를 생각해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너는 그래도 아침 인사는 하겠지 하는 찰라에 형식이가 소리를 질렀다.

 

  작

 "엄마, 엄마!"

 "이리 와 보세요!"

 

아, 이 놈은 아빠가 상태가 안 좋다는 것을 보자마자 아는구나.

내가 지금 처한 힘든 상황을 금방 아네 하는 반가운 생각이들자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올것 같았다.

 

둘째 놈이 크게 지르는 소리에  집사람이 안방문을 열고 나왔다.
이제 됐다.
집안 식구들이 내가 잘못된 것을 알았으니 이제 안심이다.
제발 어서 119  좀 불러라!
내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아빠가 지금 온 몸이 마비된 걸 알겠지  하면서 나는 눈을 최대한 크게 떴다 감았다 하면서 신호를 보냈다.

곧 집사람도 나를 봤다는듯 바로 내 옆에 섰다.
형식이와 집사람이 내 옆에 있으니 이제 병원으로 실려가서 살 수 있게 되었다는 희망이 샘 솟았다.

 

 

변신

그때였다.

짜증난 듯한 표정으로 큰딸이 뛰어 왔다.

그리고는 전혀 내가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큰

  "엄마, 이거 고장 난거 아냐?"
  "계속  끽끽 소리만 나고 전원만 깜박깜박이잖아!"

          "그거 이제 돈 안 나와!"
          "그래서 요새 난 쳐다 보지도 않잖아."


집사람은 내가 알지도 모를 말을 하면서 깔깔 웃으면서 했다.

그리도 더 황당한 이야기를 이어 갔다.

 

 와

  "내가 진즉에 이 ATM기  버리려 했다."
  "혹시 작동이 더 될까해서 놔뒀는데 이제 고물상에나 넘겨야겠다."
           "그럼 고물값은 얼마라도 또 받을 수 있어."


아니 도대체 무슨 말들인가?
나는 꼼짝 못하고 있는데, 전혀 알 수 없는 대화가 오고가고 있었다.
이때 집사람은 말을 이어 나갔다.

 

 와

  "그래도 이 ATM기가 30년 동안 돈이 쑥쑥 잘 나왔어!"
  "뭐 여기서 우리가 빼서 쓴 돈만해도 수억원이 넘을거다."
           "엄마 명품백도, 너네들 해외여행 비용도 다 여기서 뽑아 썼잖아!"
           "여기서 돈이 잘 나올 때는 한달에 수백만원씩 뽑았는데, 이제는 한 푼도 안 나온다."
           "더 이상 나올 돈도 없고 ATM기가 오작동 하는걸 보니 폐기 처분할 때가 온거지."
           "봐라 기계 껍데기도 다 벗겨졌고, 거실에서 이상한 소음만 나니 버려야겠다."
           "아침부터 호들갑 떨지 말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그래도 저 ATM기에서 어제 마지막으로 10만원 나왔다."
           "여기서 뽑은 마지막 돈으로, 오늘 점심값이나하면 되겠다."


그러면서 집사람은 내 몸을 툭툭 치더니 이거 버리자는 말을 했다.
아이들도 돈 안 나오는 ATM기가 거실에서 볼품없이 자리만 차지하니 갖다 버리라고 말을 덧 붙였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말들이 오가더니 집사람, 큰 애, 작은 애 세명은 밥이나 먹으러 가자며 휭하니 가 버렸다.

 

그때 거실 창문 사이로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커튼이 확 제껴지면서 거울에 어떤 모습이 슬쩍 비쳐졌다.

페인트 껍데기도 벗겨지고 찌그러져 볼품이 없는 기계가 덩그라니 한대 거실에 있었다.

그게 나였다.

나는 사람이 아니라 ATM  기계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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