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주가 최후를 맞이한 장소
역사속의 생생한 현장, 선죽교를 가보다.
북한 개성에 있는 진짜 선죽교 사진입니다. 생각보다는 그리 큰 다리가 아니고, 아주 작은 다리입니다. 실개천 같은 곳에 돌다리로 되어 있는데 요새 정도전을 보다 보니 예전에 찍었던 개성의 선죽교 사진이 문득 생각나서 블로그에 올려봅니다. KBS-TV 역사드라마 정도전 39회(2014.5.24 방영)에서 결국 정몽주는 이방원이 보낸 자객에게 칼과 철퇴를 맞고 선죽교에서 최후를 맞이하였습니다.
역사가 커다란 변화를 요구할 때는 이에 걸맞는 인물들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다만 어떤 이는 조금 먼저 사라지고 어떤 누군가는 나중에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고려라는 나라에서 조선이라는 나라로 바뀌어 가는 과정에서 정몽주도 정도전도 차례 차례 그 시기를 다하며 사라져 갑니다. 정몽주는 고려를 지키기 위해 죽음도 마다하였고, 정도전도 결국은 조선이라는 나라를 건국하는 개국공신이나 이방원에게 또 희생당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고려말 국운이 기울어져 가는 가운데 충신 정몽주의 최후를 그려낸 이날 방송에서 이방원은 정몽주를 초대하여 그의 마음을 돌리려듯 "소생이 만수산에서 캔 칡으로 담근 술"이라며 술을 따르나 정몽주는 이방원이 보낸 서신에 대해, “무슨 의도로 이따위 것을 적어 보낸 것이냐”고 묻는다. 물론 그 서신에는 하여가가 적혀있었고, 이에 대해 정몽주는 "지조를 꺾고 시류에 편승하여 부귀영화나 누리면서 살자는 얘기. 내가 이런 어설픈 회유에 넘어가리라 믿었느냐"며 이방원에 대해 질책을 가한다.
태종 이방원의 하여가(何如歌)
彼亦何如(피역하여) 萬壽山蔓葛(만수산만갈) 纏綿亦何如(전면역하여) 我輩若此爲(아배약차위) 不死亦何如(불사역하여)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此亦何如(차역하여)
- 城隍堂後垣(성황당후원)
- 頹落亦何如(퇴락역하여)
만수산(萬壽山) 드렁칡이 얽어진들 그 어떠하리.
- 성황당의 후원이 무너져 떨어진들 그 어떠하리
우리도 이 같이 얽어져 백년(百年)까지 누리리라.
그러자 이방원은 정몽주에게 "대쪽같은 절개는 만인의 귀감이 될 것이다. 허나 산에는 대나무만 있는 게 아니라 비틀리고 꺾인 칡넝쿨도 있는 것이다. 그것들이 어우러져 산을 이루는 것인데 어찌 숙부 님은 대나무만 고집하는가. 한 번 쯤은 역사의 도도한 흐름에 몸을 맡겨라"고 재차 정몽주를 떠 보며 회유를 하고자 한다. 그러자 정몽주는 "위에서 아래로 자연의 순리대로 흐르는 물이었다면 진작 그랬겠지. 허나 네가 말하는 역사의 흐름이란 결국 역류. 반역일 뿐"이라며 단심가가 적힌 글을 던진다.
포은 정몽주의 단심가(丹心歌)
此身死了死了(차신사료사료)
一百番更死了(일백번갱사료)
白骨爲塵土 (백골위진토)
魂魄有也無 (혼백유야무)
向主一片丹心(향주일편단심)
寧有改理與之(영유개리여지)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 단심, 가실 줄이 있으랴
이렇게 단심가를 전한 정몽주는 선죽교로 향하고, 그곳에서 암살자들을 마주 친 정몽주는 이런 때가 올것이라 예감하고 있었던 듯 꾸짖듯 이야기를 전한다. 정몽주는 “이방원에게 전하라. 고려의 총신으로 죽게 해 줘서 고맙다고. 이제 너희의 대업은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찬탈이다”고 말한다. 결국 정몽주는 자객에게 칼과 철퇴를 맞고 목숨을 잃는다. 그런데 조금 신기한 것은 화강암으로 된 이 돌다리 위에 정말 핏자국 같은 것이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위의 사진과 같이, 돌위의 붉그스레한 자국이 정몽주가 흘린 핏자국이라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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