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마을이라 불리는 해남은 고즈넉하면서도 조용한 곳입니다. 은둔의 신비가 스며있는 것 같은 이곳 두륜산에 살포시 품은 천년사찰이 있으니, 바로 '대흥사'입니다. 임진왜란 당시 고승인 서산대사가 이곳을 전쟁을 비롯하여 삼재가 미치지 못할 곳으로 만년동안 훼손되지 않는 땅이라고 하였다는 것만 보아도 나름대로 그 신비함도 역력합니다.
해남 두륜산 대흥사는 해남 땅끝마을 여행을 하면서 꼭 가볼만한 곳입니다.
해남 대륜산 대흥사(大興寺)
전쟁을 비롯한 삼재가 미치지 못할 곳
三災不入之處
만년동안 훼손되지 않는 땅
萬年不毁之地
- 서산대사님의 말씀
해남 대흥사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천년사찰이기도 합니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서산대사가 승병들을 이끌던 총본영이었다는 점에 더 큰 의의가 있기도 합니다.
해남 두륜산 대흥사 이야기
두륜산 입구 관광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천년고찰 대흥사까지는 약 2.3km입니다. 평일이라서 차도 별로 없고 슬슬 걸어 올라갑니다. 물소리길을 따라서 천천히 올라가면 됩니다. 대흥사까지 걸어가면서 듣는 물소리도 좋습니다.
대흥사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아주 오래된 나무들이 보이고 또한 고전의 풍경을 그대로 품고 있는 이곳은 영화촬영지로도 유명한데 바로 서편제와 장군의 아들 등을 찍은 곳이라고도 합니다. 가다가 잠시 물소리를 듣다가 작은 개울을 바라다봅니다. 봄가뭄이 심해서였는지 생각보다는 많은 물이 없고 졸졸졸 흐르는 정도입니다. 아마도 비가 많이 오고 물이 차면 물소리가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물소리길을 따라 올라가면 곧 만나는 큰 바위 이정표가 나옵니다. 바위에는 두륜산 대흥사라고 적혀 있고, 또 조금 더 가면 특이하게 생긴 장승들이 나옵니다. 나무로 만든 장승 2개와 돌로 만든 장승 2개가 큰 눈을 뜨고 악귀가 오는 것을 막으려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대흥사, 알고 가면 더 좋다
대흥사 사찰 입구에는 대흥사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적혀 있습니다. 무조건 사찰로 들어가기 보다는 그래도 정독해서 대흥사의 역사를 알고 가면 좋을 듯합니다. 간략히 보면, 대흥사는 백제 시대에 창건된 아주 유서가 깊은 도량으로 두륜산의 빼어난 절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흥사 창건은 426년에 정관존자, 혹은 514년에 아도화상, 혹은 신라 말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세 가지 썰이 있다고 합니다. 창건 시기를 대략 어림잡아도 족히 천년이 넘으니 정말 오래된 절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 당시에 이렇게 깊은 산속에 어떻게 이런 곳이 있는지 알고 사찰을 건립할 수 있었을까 하는 신기함과 궁금증이 더해집니다.
대흥사는 조계종의 22교구의 본사라고 합니다. 원래 두륜산을 대둔산이라고 불러서 원래는 '대둔사'라고도 했는데, 근대 초기부터는 '대흥사'라고 부른답니다. 대흥사가 위치한 곳은 넓은 산간 분지로 이곳은 향로봉, 고계봉, 노승봉, 가련봉, 도솔봉, 혈망봉, 연화봉의 여덟 개의 봉우리로 둘러 싸여 있어 이곳을 찾는 이들로 하여금 아늑한 느낌을 줍니다.
대흥사는 크게 남원과 북원 그리고 별원의 3구역으로 나뉘어져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일단 북원에는 대웅보전을 중심으로 명부전, 응진전, 산신각, 침계류, 백설당, 대향각, 청운당, 선열당이 있습니다. 남원에는 천불전을 중심으로 용화당, 봉향각, 가허루, 세심당, 적묵당, 정진당, 만월당, 심검당이 있습니다. 한편 남원 뒤편으로로 멀리 서산대사의 사당인 표충사 구역과 동국선원 내 대광명정 구역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대흥사의 이러한 각각의 건축물은 아래의 사진들을 보시면 더 이해가 쉽게 될 것입니다.
대흥사 부도전
대흥사 사찰 입구에 '부도전'이 있습니다. 부도는 스님의 사리를 봉안한 곳입니다. 대흥사가 워낙 천년고찰이다보니 이곳에서 입적하신 고승분들이 얼마나 많으셨겠는지요? 그래서 그런지 사리를 봉인하였다는 비석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흐르고 풍파에 시달렸는지 비에는 각인된 글씨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천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오가면서 부도전을 보았을 것이고,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은 대흥사를 찾아 여기 부도전을 지나갈 것입니다.
대흥사에 도착하여서 어디부터 볼 것인지 안내판을 봅니다. 좌측으로 가면 대웅보전, 천불전, 명부전, 청운당, 백설당, 웅진당, 삼층석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측으로 가면 관음전, 성보박물관, 표충사, 사리탑, 문수전, 보현전, 안월당, 대광명전, 동국선원이 나옵니다. 일단 사찰의 가장 상징적인 대웅보전을 먼저 보고 싶어 그쪽으로 발길을 돌려봅니다.
천불전에서 나의 얼굴을 찾을 수 있을까?
대웅보전으로 가기 직전에 '천불전'이 나옵니다. '천불전'이라는 말 그대로 법당에는 수 많은 부처님들이 좌정하여 계십니다. 부처님들이 이렇게 많은 것은 처음 보았는데 자세히 보면 부처님마다 얼굴이 달라 보입니다. 천불전은 대흥사 남원의 중심에 있는 불전입니다. 보시는 것 같이 평범한 단층 맞배집으로 왼쪽으로는 봉향각이 있고 오른쪽에는 용화당이 마당을 둘러싸고 있는 독립적 공간입니다. 천불전은 1813년에 중건된 건축물로 남원을 상징하는 중심 건물이며 격식과 품위를 갖춘 불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흥사 천불전은 지금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천불전 건물을 대표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보물 1807호로 지정된 것으로 보아도, 앞으로도 잘 보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천불전에서 나의 얼굴을 찾을 수 있을까?
여기에 있는 천개의 불상은 6년에 걸쳐 조각된 옥돌 불상이라 합니다. 이 천불상은 이곳에서 제작된 것이 아니라 경주 옥석을 다듬어서 경주에서 정성스럽게 만들어서 해남까지 배에 싣어서 가져왔다니 이 정성과 노력 또한 놀라운 일이기도 합니다.
천불상을 잘 보면 부처님의 모습이 다 달라 보입니다.
'천불전'의 수 많은 부처님의 얼굴은 어쩌면 세상의 중생들의 고뇌를 하나씩 담은 얼굴 모습 같기도 합니다. 어떤 부처님은 지긋하게 눈을 감고 있는 표정도 있고 살짝 미소를 머금은 모습도 보이고 각각 다르게 보이는 부처상이 우리의 얼굴이 아닐까 합니다. 여기서 나의 얼굴을 찾는다면 과연 어떤 부처상과 비슷할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봅니다.
천불전에 가면 자신과 닮은 부처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대흥사 연리근 앞에서 비는 소망
대웅보전으로 가는 길에 아주 큰 나무가 있습니다. '보호수'라고 적혀 있는데 정말 오래된 나무입니다. 절에 위치하여 행운이 온다고 하며, 두 남녀의 지극한 사랑에 비유된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보호수는 사랑나무라고도 불립니다. 자세히 보면 연리근입니다. 연리근, 연리지, 연리목이 있는데, 두 나무의 줄기가 하나로 붙게 되면 '연리목'입니다. 그런데 두 나무의 가지가 붙으면 '연리지'라 하고, 두 나무의 뿌리가 하나가 되면 바로 '연리근'이라 합니다. 삼국사기와 고려사에도 보면 연리나무에 관한 기록이 전해지는데, 우리 조상들은 연리나무가 생기면 희귀하고 경사스러운 길조로 여겼다고 합니다. 대흥사 '연리근'은 오백여 년 된 느티나무로 왼쪽은 차분한 '음'이고 오른쪽은 활발한 '양'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봅니다.
연리나무 앞에서 빌면 그 지극한 마음이 정성으로 여겨져서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대흥사 연리근은 수 많은 인연들을 품고 있다고 하는데, 저도 그 자리에서 소망 하나를 마음속으로 기도해 보았습니다. 혹시 대흥사에 가시면 연리근 앞에서 잠시 쉬면서 바라고자 하는 마음을 연리근에게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추사 김정희와 대웅보전 현판 글씨
위의 사진에 나오는 작은 개울을 건너면 침계루가 나오고 대웅보전에 도착하게 됩니다. 대웅보전의 현판 글씨는 원교 이광사가 쓴 것이라 합니다. 그런데 대흥사 대웅보전 현판 글씨를 둘러싸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추사 김정희라고 당대에 명필가로 소문이 났었는데, 이 사람이 귀양을 가다가 대흥사를 쭉 둘러보다가 대웅보전 현판 글씨를 보더니 아주 형편없이 못 쓴 글씨라고 자기가 쓴 글씨로 바꾸라고 해서 결국 현판 글씨를 김정희체로 바꾸게 됩니다. 그런데 추사 김정희가 세월이 흘러 귀양길에 다시 이곳을 들려보니 옛날에 자신이 얼마나 교만했는지를 반성하면서 다시 원래 있었던 원교의 글씨로 현판을 갈아 걸도록 했다고 합니다. 추사 김정희라는 인물도 참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귀양을 가면서 좋은 사찰을 둘러보면서 갔다니 그것도 참 어찌 보면 아리송합니다. 아무튼 김정희에 얽힌 이야기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추사 김정희를 알지만 '원교'라는 인물은 좀 생소하기에, 아마 김정희체가 지금까지 현판으로 있었다면 이 또한 대흥사 더 유명해졌겠구나 합니다.
대흥사 대웅보전
대흥사 북원의 중심 불전이 바로 '대웅보전'입니다. 금당천을 건너 침계루를 지나 북원 사역으로 들어서니 대웅보전을 중심으로 백설당, 명부전, 범종각, 응진당, 산식각, 삼층석답이 연달아 배치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대흥사의 대웅보전은 웅장하면서도 역시 고풍스럽기가 아주 대단해보입니다. 대웅보전은 많은 세월을 이곳에서 지켜오면서 수많은 중생들의 간절함을 들었을 것입니다. 대웅보전의 부처님은 지긋한 표정입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부처님의 얼굴만 보아도 사람들은 마음이 편안했을지 모릅니다.
위 사진은 산신각, 아래 사진은 삼층석답입니다. 봄의 막바지에 피어난 사찰의 철쭉꽃들이 삼층석탑 아래서 활짝 피어나 눈길을 끕니다.
관음 33 응신전
'관음 33 응신전' 입니다. 관세음보살 33 응신이 모셔진 곳입니다. 이곳을 보니 부처님의 모습이 다른 불당에서 본 것 보다도 훨씬 더 장엄해 보입니다. 색상도 신비하고 화려한 느낌까지 드는 불상입니다. 관세음보살은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33가지 형상으로 이 땅에 오신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곳을 '관음 33 응신전'이라 합니다.
대흥사를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 만나는 초의선사 동상입니다. 초의선사(1786~1866)는 무안 출생으로 대흥사의 13대 종사의 일인으로 대선사였다고 합니다. 초의선사께서는 우리나라에 명맥만 간신히 유지되었던 다도를 중흥시켜 다성(茶聖)이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
대흥사를 내려와 다시 보는 '산사'에 대한 설명입니다.
산사는 한반도 남쪽 지방에 위치한 통도사, 부석사, 봉정사, 법주사, 마곡사, 선암사, 대흥사 등 7개 산지 승원을 일컫는 것이라 합니다. 그러니까 해남 대흥사가 바로 한국의 7개 산지 승원 중 한 군데라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천년 고찰을 찾아다닌다고 하지만 '대흥사'도 으뜸 중 하나인 천년 사찰입니다. 죽기 전에 꼭 가보아야 할 사찰을 꼽으라면 위의 7군데 산지 승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禪林敎海滿華道場
해남 땅끝마을 두륜산 대흥사를 나오면서 다시 한번 천년고찰을 쳐다봅니다.
'선림교회만화도량'
선종이 숲을 이루고 교종이 바다를 메우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도량인가?
일주문 뒤편에 쓰여 있는 현판의 글씨입니다.
대흥사를 방문한다면, 나가면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해남 꼭 가볼 만한 곳, 대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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