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이곳은 또 어디입니까?
이곳은 겹벚꽃이 아름다운 천년고찰 순천 선암사이니라...
정처 없이 사찰 기행을 하다 보면 사찰들이 자리 잡은 곳이 정말 명당 중에 명당 같은 생각이 많이 듭니다.
순천 선암사는 지난 4월 12일에 방문하였는데, 찍은 사진들을 늦게 정리하다 보니 이제야 포토가이드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봄날이 한참 지나고 그냥 벚꽃이 지고 나면 그 자태를 더욱 뽐내는 아름다운 겹벚꽃이 만발한 때, 순천 선암사를 들리니 정말 좋았습니다. 따스한 봄날의 햇빛을 머금고 피어난 아름다운 봄꽃들이 많지만 유독 더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겹벚꽃입니다. 솜사탕 같은 분홍의 색깔이 진하지는 않지만 은은하고 화사한 겹벚꽃을 보지 않고 봄날이 간다면 아쉬웠을 텐데 순천 선암사에 오니 마음껏 겹벚꽃을 보게 되었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방문한 때가 4월 가장 겹벚꽃이 만개하는 때라 순천 선암사는 점점 분홍의 빛으로 물들어 가고 고운 자태에 시선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선암사 겹벚꽃은 전국에서도 멋지다고 소문이 난 곳인데 혹시 선암사를 방문한다면 꼭 4월 중순쯤 가보시기 바랍니다.
순천 선암사
전남 순천에 자리 잡은 선암사는 호남의 명산이라 불리는 조계산 자락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통 사찰들이 각각 나름대로의 아름다운 미를 보여주는데 특히 선암사는 산과 물이 함께 어울러지고 봄꽃들이 멋지게 피어난 곳이기도 합니다. 순천 선암사는 유네스코에 2018년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선암사는 한국불교 태고종의 유일한 수행 총림입니다. 지금 선암사는 태고총림(太古叢林)으로써 강원과 선원에서 수 많은 스님들이 수행을 닦고 정진하는 종합수도도량이라 합니다. 혹시 태고종에 관해 궁금할 수 있는데, 태고종은 승려들도 결혼을 하는 대처승들이 속한 곳입니다.
사찰의 역사를 보면 순천 선암사는 백제 성왕 시절인 527년에 지금의 비로암지에 초창주 아도화상이 처음 사찰을 창건하였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선암사가 무려 천년이 넘은 전통 고찰입니다. 선암사가 전성기 때던 시기에는 건물이 100 여동이 넘었는데 1597년 정유재란 때 많은 건물이 소실되고, 여순사건 당시 40 여동이 불에 타서 전소되어 없어졌다고 합니다.
선암사 입장료와 주차장
이제는 사찰 입장료가 없어졌지만 제가 방문한 때는 선암사가 문화재 구역이라 내돈 내고 입장권을 구입하여야 합니다. 성인 1명당 3천 원씩을 내고 선암사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지금은 무료로 변경되었다니, 내년에는 입장권을 사지 않고 구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가문화재 관람료는 5월 4일부터 면제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주차장은 무료입니다. 주차장도 꽤 넓어서 평일에 온다면 넉넉하게 주차할 공간이 많습니다.
선암사 입구 장승
선암사 입구에서 올라가는 진입로는 완만해서 천천히 올라가면서 주변의 경치를 보면 더욱 좋습니다. 물론 다른 사찰들도 입구에서 진입하는 길이 보기가 좋지만 선암사는 운치가 제법 있습니다. 선암사 입구로 들어서면 오른편에는 호법선신(護法善神)이 서 있습니다. 세 갈래의 수염을 아래로 따고 응시하는 표정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또 다른 왼편에는 방생정계(放生淨界)라고 표기된 장승이 있습니다.
승선루와 선각당
승선루를 지나면서 태고총림 선암사, 소원성취 라고 적힌 연등이 가지런히 잘 걸려 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이 아직은 멀었지만 사찰은 그래도 일찍부터 연등을 달아 놓습니다. 방문객들에게도 보기가 좋고 마치 선암사로 안내를 해주는 가이드 같습니다. 조금 더 지나가면 전통찻집인 선각당이 나옵니다. 혹시 가다가 목이 마르거나 조금 쉬어가고 싶으시다면 잠시 이곳에 머물다 가셔도 좋습니다.
선암사 본당에 이르기 직전 왼편으로 갈 것인지, 오른편으로 갈 것인지 안내가 나옵니다. 저는 물론 대웅전을 먼저 보고 싶으니 오른쪽으로 행로를 갖습니다. 이곳에서 조금 더 올라가니 고색창연한 사찰의 분위기 물씬 풍기면서 오래된 나무들이 사찰 인근에 수호신 같이 서 있습니다.
조계산 선암사 일주문
조계산 선암사 일주문에 도착합니다. 선암사 일주문은 건물 모서리에 추녀가 없습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책 한권을 얹어 놓은 것 같은 지붕의 형태로 이것을 단칸 맞배지붕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조계산 선암사 일주문은 작년 보물로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일주문 앞에는 ‘조계산선암사(曹溪山仙巖寺)’라고 쓰여 있고, 뒤편에는 ‘고청량산해천사(古淸涼山海川寺)’라는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선암사 대웅전과 삼층석탑
선암사 범종각을 보고 대웅전으로 향합니다. 대웅전은 선암사의 중심 법당입니다. 1824년 중창되었는데 화려한 건축 양식이며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전통 사찰 양식입니다. 선암사 대웅전은 2001년에 보물로 지정된 바 있습니다. 지금 대웅전에는 '개금불사 회향 및 만등불사'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그리고 대웅전 앞에는 수 없이 많이 걸린 연등들이 펼쳐 있습니다. 한편 연등들로 인해 조금은 가려졌지만, 대웅전을 바라다보면서 좌우로 두 개의 3층 석탑이 있습니다. 2단으로 축조된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올린 형태로 규모와 수법이 같아 보여 쌍둥이 석탑같이 보입니다.
선암사 만세루
대중전을 마주 보면서 위치한 강당 건물로 평지에 자리한 단층 건물이 있습니다. 바로 만세루입니다. 만세루는 '선암사정문상량문'에 따르면 1825년 초창된 것이라 합니다. 만세루의 배면에는 '六朝故寺'라는 편액이 걸려 있는데 '六祖古寺'를 달리 표현한 것이라고 하는데 다른 이설도 있다고 한다.
선암사의 특징은 사찰에 있어 일반적인 삼문(三門) 체제가 아닌 일주문-범종루-만세루의 순서로 이어집니다. 만세루는 원래 스님들이 학습을 하는 장소로 원래는 강당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만세루 역시 1824년 대웅전과 같은 시기에 건립되었다고 합니다.
선암사 지장전과 팔상전
지장전은 대웅전을 바라보고 우측에 있는 건물로 여기에는 목조지장보살좌상이 있습니다. 방형의 얼굴과 어깨에 비해 넓고 높은 무릎으로 표현된 불상이 특징적입니다. 팔상전은 전남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건물로 석가여래의 생애를 묘사한 팔상도를 모시고 있는 법당입니다. 앞면 5칸, 옆면 3칸 규모로 지붕 옆면이 사람 인(人) 자 모양을 띠는 맞배지붕집입니다.
선암사 조사당
조사당은 정면 1칸, 측면 칸의 작은 소형 전각입니다. 이곳에는 달마대사를 비롯하여 중국 5대 선사의 진영과 태고보우국사, 침굉현번선사 진영을 모신 장소입니다.
선암사 선암매
선암사 선암매가 유명합니다. 선암매는 원통전, 각황전을 따라 운수암으로 오르는 담길에 50주 정도가 있습니다. 원통전 담장 뒤편의 백매화와 각황전 담길의 홍매화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라니 그 아름다운 자태가 곱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선암사 이곳에는 매화꽃이 필 때 많은 사람들이 또 이곳을 찾는다고 합니다.
선암사 겹벚꽃
선암사 겹벚꽃도 매화꽃 못지 않게 아름답고 멋지기만 합니다. 분홍의 색깔이 그윽하게 사찰 경내를 뒤덮었습니다. 겹벚꽃을 보러 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꼭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아름다운 자연과 풍경을 본다는 것은 누구나 좋아하는 일이기에 선암사에서 흐드러지게 겹벚꽃을 본다면 올해의 아름다운 봄을 다 본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선암사 영산자
진달래보다 한 달 늦게 핀다는 영산자입니다. 선암사 영산자의 보랏빛 색깔이 검은 기와장과 어울리면서 더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영산자는 영산홍이라고 불리며 이곳 선암사의 영산자는 나이만도 대략 250살이 넘었다고 하니 생각보다 무척 오래된 것들입니다.
순천 선암사를 뒤로 하며
봄 꽃들이 만연한 순천 선암사는 한 마디로 '꽃 절'입니다. 3월 매화로 시작하여 4월에는 겹벚꽃 5월에는 영산자로 이어지는 꽃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사찰이 선암사입니다. 꽃사찰, 꽃대궐 같은 느낌을 주는 순천 선암사는 여름에도 꽃들이 많이 핀다고 합니다. 여름에는 자줏빛 배롱꽃과 하얀 치자꽃, 노란 모감주꽃, 석류꽃 등을 볼 수 있습니다.
꽃은 불가에서 수행의 시간을 견디어 피어나는 것이기에 수행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타락하고 어지러운 세상을 구원하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만들려고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지도 어언 2567년입니다. 꽃들로 가득한 순천 선암사의 봄은 자연이 부처님과 함께 하는 꽃공양으로 넘쳐 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소설가 조정래의 아버님도 이 곳 선암사의 스님이었다는 것에 또한 신기하기도 합니다.
蛇足 : 선암사와 조계종 갈등
선암사가 태고종 소속으로 되기까지는 조계종과 재판과 소송이 계속되었다는 아름답지 않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물론 불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은 사찰만 구경하고 나오니까 선암사가 태고종이든 조계종이든 상관하지 않겠으나 사찰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엄청 시끄러웠다고 합니다. 불교계가 커다란 두 종단이라 할 수 있는 조계종과 태고종간 사찰의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이다 보니 지금까지도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고 휘발유처럼 활활 문제가 증폭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만일 부처님이 이러한 사실을 안다면 참 허망하시리라 여겨집니다.
돌기둥에는 8·15 해방 후 조선불교의 초대 교정(종정)을 지낸 대단한 학승인 박한영 스님이 지은 계송 댓구가 붉은 글씨로 새겨져 있다. 글씨도 좋지만 내용이 이 절집에 딱 맞아 지날 때마다 소리 내어 읽어보게 된다.
放出曹磎 一派淸 방출조계 일파청
劈開南岳 千峯秀 벽개남악 천봉수
번역해보면 조계(육조 혜능)스님이 나타나자 온 물결이 맑게 되었고, 남악(회양懷讓)스님이 등장하자 일천 봉우리가 빼어나게 되었네”라는 뜻이다. 요즘 학생들은 한문은 고사하고 한자도 못 읽어 큰 문제인데 어느 해인가 제법 한문에 관심이 많아 한문강습소도 다니는 기특한 녀석이 여기에 이르자 먼저 달려가 읽어보고는 내게 자랑삼아 해석해 보이는 것이었다.
"선생님, 조계 일파를 방출하자, 데모 구호를 써놓은 건가요?"하고 하는 것이었다. 하도 기가 막혀 제대로 해석해주려고 원문을 읽어보니 마지막 한 글자가 돌무더기에 파묻혀 "방출조계일파(放出曹磎 一派)"라고만 되어 있는 것이었다. 학생의 번역이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는가? 불교의 선맥(禪脈)을 말한 이 멋진 법구(法句)가 '맑을 청(淸)'자가 빠져버리니 태고종의 데모 구호로 바뀌고 말다니.
'맑을 청'자 하나.
유홍준,『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인생도처유상수』, ㈜창비, 2011,p189~190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나오는 글을 보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스님이 이리 말씀하셨다는데...
니게 내게 어디 있나?
다 두고 떠나갈 것을!
가볼만한 천년사찰 선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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