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많이 변하다 보니 제사를 지내지 않는 집도 늘어나지만 그대로 제사를 계속 모시는 집도 있다. 그런데 집안의 어른이 돌아가시고 갑자기 제사를 지내려 보니 어떻게 제사를 지내야 할지 잘 모르는 사람도 있다.
제사는 돌아가신 조상을 기리는 전통 의식이다. 제사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최근에는 조상이 돌아가신 날, 즉 기일에 치르는 '기제사'가 있고 명절 때 치르는 '차례'가 있다.
제사 지내는 법
제사를 누가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가?
제가(祭家) 및 제주(祭主)와 참사자(參祀者)
가정의례 준칙 제42조를 보면 「고인의 장자 또는 장손이 주제(主祭)가 되며, 장자 또는장손이 없는 경우에는 차자. 또는 차손이 제사를 주재한다」고 적혀 있다. 그러니까 일단 집안에 장자가 제사를 지내는 가장 큰 어른이 된다. 그러나 집안의 사정에 따라서는 차남이나 또는 적정한 자손이 제사를 올려도 된다.
상처한 경우에는 남편이 주제가 된다. 부인의 제사는 남편이 맡아서 지낸다는 것이다.
자손이 없이 상부(喪夫)한 경우에는 아내가 주제가 된다고 한다. 자식이 없을 경우에는 부인이 지내도 된다.
가정의례 준칙 제43조를 보면 기제의 참사자는 고인의 직계자손과 근친자로 한다. 다만 부득이 참사할 수 없는 직계자손은 자기가 있는 곳에서 묵념으로 추모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하였다.
제사를 지내는 전통이나 방법, 순서는 집안의 예법이나 지방의 전통에 따라서 다소 다르지만 가장 전통적인 제례 순서가 있으니 이에 따라 하면 된다.
전통 제례 순서
전통적인 제례는 다음과 같은 순서이다.
영신 → 강신 → 참신 → 초헌 → 독축 → 아헌 → 종헌 → 첨작 → 삽시, 정저 → 합문 → 계문 → 헌다 → 철시, 복반 → 사신 → 철상 → 음복
제사는 가가례(家家禮)라고 할 정도로 제사를 지내는 방법은 집안마다 다를 수 있다. 어떤 집은 제사 음식을 미리 차려두고 절차를 진행하기도 한다. 또한 다른 집은 차가운 음식을 먼저 준비하고 나중에 뜨거운 음식(고기, 생선, 국, 떡 등)을 내오기도 한다.
밥뚜껑을 여는 시점도 술을 다 올리고 열기도 하고 술을 올리면서 여는 경우도 있다.
여자가 네 번 절하기도 하지만, 남자와 같이 두 번 절하기도 하고, 아예 여자가 제사에 참석하지 않는 집안도 있다.
이외에도 집안과 지방의 특색에 따라 제사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그렇기에 만일 우리 집안의 제사를 지내는 방법을 잘 모른다면, 집안의 가장 큰 어르신에게 여쭤보면 이것이 맞을 것이다.
제사를 어떻게 지내는지 제사 지내는 법을 모른다면 표준화 전통 제례 순서를 보고 지내면 되고, 집안 대대로 이어지는 가례를 따른다면 그에 합당하게 제사를 지내면 된다.
제사 지내는 시간
그렇다면 제사는 몇 시에 지내야 하는가?
기제사는 전통적으로는 조상이 돌아가신 날의 첫 새벽(자정 0시 직후)에 지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자정이 되는 시각에 제사를 지내는 것은 매우 곤란할 수 있어 보통 기일의 저녁 시간에 지내는 집들이 많다.
제사의 순서
제사를 지내는 순서입니다.
1. 영신(迎神)
제사를 모시는 분의 혼령이 집으로 들어오시게 먼저 대문을 열어 놓는다. 제상의 뒤쪽(북쪽)에는 병풍을 치고 제상 위에 제수를 진설한다. 이때 지방(紙榜)을 붙이고 제사의 준비를 마친다. 고례(古禮)에는, 출주(出主)라 하여 사당에서 신주(神主)를 모셔 내오는 의식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사당에서 신주를 모셔 오는 집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냥 차분하게 제사를 경건하게 모시는 자세를 갖춘다.
2. 강신(降神)
강신은 말 그대로 혼령의 강림을 청하는 의식이다.
제주(祭主)가 신위(神位) 앞에 공손하게 무릎을 끓고 앉아 향을 피워서 향로에 넣는다.
이때 집사(執事)는 제상에서 잔을 들어 제주에게 건네 주고 잔에 술을 조금 따른다.
제주는 두 손으로 잔을 들고 향불 위에서 세 번 돌린 다음, 모사 그릇에 조금씩 세 번 나누어 붓는다.
빈 잔을 집사에게 다시 건네 주고 일어나서 두 번 절을 한다.
향을 피우는 것은 하늘에 계신 신에게 알리기 위함이고, 모사에 술을 따르는 것은 땅 아래 계신 신에게 알리기 위함이다.
이때 잔을 올리는 것을 '세잔'이라고도 한다.
3. 참신(參神)
고인의 신위에 인사하는 절차로 강림하신 혼령이 오셨냐고 모든 참사자가 두 번 절을 올린다.
신주인 경우에는 참신을 먼저 하고, 지방인 경우에는 강신을 먼저 한다.
미리 제찬을 진설하지 않고 참신 뒤에 진찬(進饌)이라 하여 제찬을 올리기도 한다.
진찬 때는 주인이 육(肉) 어(魚) 갱(羹)을 올리고, 주부가 면(麵) 편(餠) 메(飯)를 올린다.
4. 초헌(初獻)
제주가 첫 술잔을 올리는 의식이다.
제주가 신위 앞으로 나아가 꿇어앉아 먼저 분향을 한다.
집사가 잔을 제주에게 주고 술을 가득 부워주면 제주는 오른손으로 잔을 들어 향불 위에 세 번 돌린다.
그리고 그 잔을 모사 그릇에 조금씩 세 번 부은 다음 두 손으로 받들어 집사에게 준다.
집사는 그 잔을 받아서 메 그릇과 갱 그릇 사이의 앞쪽에 놓고 제물 위에 젓가락을 올려놓는다.
이때 제주는 두 번 절을 한다.
잔은 합설인 경우 고위(考位) 앞에 먼저 올리고 다음에 비위(妃位) 앞에 올린다.
집안에 따라서는 술을 올린 뒤 메 그릇의 뚜껑을 연다.
5. 독축(讀祝)
초헌이 끝나고 참사자가 모두 꿇어앉으면 축관이 옆에 앉아서 축문을 읽는다.
* 아버지 기제사 축문: (아버지만 돌아가신 경우. 음 2011년 8월 15일(추석) 기제사인 경우 축문예
維 歲次 辛卯 八月 丙辰朔 十五日 庚午
유 세차 신묘 팔월 병진삭 십오일 경오
孝子ㅇㅇ 敢昭告于
효자(이름) 감소고우
顯考 學生府君 歲序遷易
현고 학생부군 세서천역
諱日復臨 追遠感時 昊天罔極
휘일부림 추원감시 호천망극
謹以 淸酌庶羞 恭伸奠獻 尙
근이 청작서수 공신전헌 상
饗
향
해석
신묘년 8월 경오일에 큰아들 ○○는 아버님께 아뢰옵니다.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흘러 아버님 제삿날이 돌아와 아버님을 생각하니
하늘 같이 넓고 끝이 없는 은혜에 보답할 길이 없는 것은 여전합니다.
이에 삼가 맑은술과 제수 올리오니 흠향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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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문은 제주가 읽어도 되지만, 보통 축관이 읽는다.
독축을 할 때는 엄숙하게 천천히 읽는다.
축독이 끝나면 모두 일어나 두 번 절을 한다.
6. 아헌(亞獻)
두 번째 술잔을 올리는 의식으로 원래는 주부가 올린다.
주부가 올리기 어려운 경우에는 제주의 다음 가는 근친자가 올린다.
절차는 초헌 때와 같으나, 모사에 술을 따르지 않는다. 주부는 네 번 절을 한다.
7. 종헌(終獻)
세 번째 술잔을 올리는 의식이다.
아헌자의 다음 가는 근친자가 아헌 때와 같이 한다. 잔은 7부쯤 부어서 올린다.
8. 첨작(添酌)
종헌이 끝나고 조금 있다가 제주가 다시 신위 앞으로 나아가 꿇어앉는다.
집사는 술주전자를 들어 종헌 때 7부쯤 따라 올렸던 술잔에 세 번 첨작을 하여 술잔을 가득 채운다.
9. 삽시정저(颯匙正箸)
첨작이 끝나면 주부가 메 그릇의 뚜껑을 열고 숟가락을 메 그릇의 중앙에 꽂는다.
젓가락을 고른 뒤 어적이나 육적 위에 가지런히 옮겨 놓는다.
숟가락은 바닥(안쪽)이 동쪽으로 가게 한다. 삽시정저가 끝나면 제주는 두 번, 주부는 네 번 절을 한다.
※ 유식(侑食): 첨작과 삽시정저의 두 절차를 통틀어 유식이라 하는데, 이는 진지를 권하는 의식이다.
10. 합문(闔門)
제사를 지내는 사람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제사 장소 밖으로 잠시 나가 문을 닫고 기다린다.
진지를 드시는 동안, 기다리는 예식이다.
이때 대청마루에 제상을 차렸으면 뜰아래로 내려가 읍(揖)한 자세로 잠시 기다린다.
만일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단칸방의 경우에는 제자리에 엎드려 몇 분 동안 있다가 일어선다.
11. 계문(啓門)
닫았던 문을 여는 절차이다.
축관이 헛기침을 세 번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참사자가 모두 뒤따라 들어간다.
12. 헌다(獻茶)
갱을 내리고 숭늉을 올린 뒤, 메 세 숟가락을 떠서 물에 말아 놓고 저를 고른다.
이때 참사자는 모두 머리를 숙이고 잠시 동안 조용히 앉아 있다가 고개를 든다.
13. 철시복반(撤匙覆飯)
숭늉 그릇에 놓인 수저를 거두어 제자리에 놓고 메 그릇의 뚜껑을 덮는다.
14. 사신(辭神)
고인의 영혼을 보내드리는 절차로서 참사자가 신위 앞에 일제히 두 번 절한다.
그리고 지방과 축문을 불사른다.
지방은 축관이 모셔 내온다.
신주일 때는 사당으로 모신다.
이것으로 제사를 올리는 의식 절차는 모두 마친 것이 된다.
15. 철상(撤上)
제상 위의 올렸던 제수를 뒤쪽에서부터 차례로 빼낸다.
16. 음복(飮福)
참사자가 한자리에 앉아 제수를 나누어 먹는 것을 음복이라 한다.
음복을 끝내기 전에는 제복을 벗거나 외부로 자리를 그냥 떠나서는 안 된다.
제사를 모시는 자세와 마음 가짐
이왕에 제사를 지낸다면 엄숙한 마음 가짐을 갖고 조상님을 모시도록 해야 합니다.
조선 시대에 황희 정승의 제사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마을에 사는 누군가 황희 정승을 찾아와서 오늘이 아버님 제사를 모셔야 하는데 "소가 송아지를 낳았는데,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이 좋겠죠?"라고 물었다. 이에 황희 정승은 "그러게나, 제사를 지내지 말게나!" 하였다. 그리고 또 다른 날에 누가 찾아와서 황희 정승에게 물었다. "오늘은 돼지새끼가 태어났는데 그래도 제사를 지내는 것이 맞겠지요?" 하였다. 그러자 황희 정승은 그 사람에게 답했다. "그럼, 지내야지!"
이와 같이 황희 정승이 답하는 모습을 부인은 답변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물어보았다.
아니 소나 돼지나 똑 같이 새끼를 낳았다는데, 어떤 사람에게는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이 맞다고 하고 또 어떤 이에게는 제사를 지내는 것이 맞다고 하니 도대체 무엇이 맞는 것인가요?
그러자 황희 정승이 웃으면서 답했다.
짐승이 새끼를 낳았는데, 제사를 지내거나 안지내거나 그것이 무슨 상관인가?
제사를 지내고자 한다면 지내는 것이고, 안 지내고자 한다면 안 지내는 것이네!
그렇다, 이미 황희 정승에게 물어본 사람들은 모두 제사를 지내려는 마음이 없거나 있거나 둘 중 하나이다.
황희 정승은 제사를 지내고자 하는 사람은 이미 마음이 정해진 것이고 지내지 않는 사람도 역시 마음이 결정된 것이기에 그렇게 답해준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도 빠르게 변하는 세태이다 보니 제사를 지내는 것에 대해서도 논쟁이 분분합니다.
그러나 후손이 되어 제사를 지내고자 한다면 조상을 경건하게 모시는 마음으로 잘 하면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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