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 한강공원에 갔다가 우연히 만난 거미입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마치 그곳이 전부 자신의 영역인양 거미줄을 넓게 쳐 놓고 자랑스럽게 대롱대롱 매달린 거미가 한 마리 보입니다.
가을이라서 그런지 하늘은 더욱 파랗고 거미는 더 왕성한 식욕을 가졌는지 누구라도 이 거미줄에만 걸리기만 하라고 하듯 기세등등하게 서 있는 모습입니다.
거미는 얼핏 보기에는 징그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정교하게 자신의 실로 짠 집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면 사뭇 다른 분위기도 있습니다.
ⓒPhotoGuide.com Korea Photos
거미 / 박성우
거미가 허공을 짚고 내려온다
걸으면 걷는 대로 길이 된다
허나 헛발질 다음에야 길을 열어주는
공중의 길, 아슬아슬하게 늘려간다
한 사내가 가느다란 줄을 타고 내려간 뒤
그 사내는 다른 사람에 의해 끌려 올라와야 했다
목격자에 의하면 사내는
거미줄에 걸린 끼니처럼 옥탑 밑에 떠 있었다
곤충의 마지막 날갯짓이 그물에 걸려 멈춰 있듯
사내의 맨 나중 생이 공중에 늘어져 있었다
그 사내의 눈은 양조장 사택을 겨누고 있었는데
금방이라도 당겨질 기세였다
유서의 첫 문장을 차지했던 주인공은
사흘 만에 유령거미같이 모습을 드러냈다
양조장 뜰에 남편을 묻겠다던 그 사내의 아내는
일주일이 넘어서야 장례를 치렀고
어디론가 떠났다 하는데 소문만 무성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이들은
그 사내의 집을 거미집이라 불렀다
거미는 스스로 제 목에 줄을 감지 않는다
박성우,『거미』, 창비, 2014(13쇄), p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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