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찍으면 찍을수록 어렵다.
노출을 알고, 구도를 알고, 빛을 알고 자신만의 감각으로 셔터를 누르고 나면 좋은 사진이 될 것 같은데 나중에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하루종일 출사를 다녀도 어떤 날은 "내가 뭘 찍었나" 하는 자괴감이 드는 날도 있고 그러한 무기력이 연속되면 카메라는 언제부터인지 손에 잡히지도 않는 슬럼프도 오고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자신이 잘 찍고 못 찍고를 떠나서, 장비를 싹 바꾸어 볼까 하는 생각도 들때도 있는데 목수가 연장탓을 하기에는 시기도 지난 것 같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 내가 좋다고 생각될 때 바로 그 찰라에 셔터를 누릅니다.
내가 보는 시선에서, 그 구도와 느낌이 좋다는 확신에 눈과 손이 하나로 움직이며 하나의 장면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PhotoGuide.com Korea Photos
과감하게 자신만이 바라보는 시선을 카메라에 담았으면 합니다.
그러나 이게 쉽지는 않습니다.
사진을 전문으로 공부한 것도 아니고, 또한 사진을 업으로 하는 것도 아니기에 여기에만 몰두하기가 어렵기도 했습니다.
한때는 바쁘다는 일상의 이유로 카메라와 렌즈를 가까이 하지 못했는데, 이번 가을이 시작되면서 예전보다 사진을 찍으러 나가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요새는 일주일에 한번은 카메라를 가지고 출사를 다니는데, 홀가분하기도 하고 생각할 시간도 되어 좋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러 다닌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단촐하게 나홀로 출사를 하는 것이 사진을 찍는데 집중할 수 있어 좋기도 합니다.
사진을 찍을 때, 내가 보는 시선이 있다면 다른 사람이 사진을 찍는다면 어떠한 시선으로 볼까 하는 궁금함도 있습니다.
내가 잘 찍은 사진이라고 생각되는 것도, 사진을 잘 찍는 전문가가 볼 때는 또 다른 시선이 있었습니다.
그 어떤 시선이 정말로 좋은 것이고 확실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어렵지만 소재와 내용에 따라서는 구도도 달라져야 하고 시선도 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느낌이 있는 사진, 감동을 주는 사진을 생각하지만 정작 찍고 나면 지우고 싶은 사진이 많습니다.
앞으로 사진을 얼마만큼 더 찍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고승과 제자의 선문답이 생각납니다.
어느 따스한 봄날, 버드나무 가지에 새순이 나오면서 바람에 일렁입니다.
이것을 바라보던 제자가 고승에게 물었습니다.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것인가요?
아니면 바람이 움직이는건가요?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고, 네 마음 뿐이다.
ⓒPhotoGuide.com Korea Photos
그림자가 나를 보는 시선...
사진을 찍다가 찍힌
나의 그림자가 나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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