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1
이해인 / 수녀, 시인
하늘 향한 그리움에
눈이 맑아지고
사람 향한 그리움에
마음이 깊어지는 계절
순하고도 단호한
바람의 말에 귀 기울이며
삶을 사랑하고
사람을 용서하며
산길을 걷다 보면
툭, 하고 떨어지는
조그만 도토리 하나
내 안에 조심스레 익어가는
참회의 기도를 닮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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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님의 가을 편지는 그냥 읽어만 보아도 가을의 느낌이 가득합니다.
고즈넉한 산길을 걷는 기분도 들고
가을 바람이 솔솔부는 들판에 서서
마음이 그윽해짐을 느끼게 합니다.
다음은 김용택님의 '사람들은 왜 모를까'라는 시입니다.
사계절 그 어느때 읽어도 좋은 시이지만
가을에 특히 음미해보면 더욱
그 의미가 와 닿지 않을까 합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김용택
이별은 손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제 12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가을시 모음으로 아름다운 시 몇 편을 소개하여 드렸습니다.
가을은 늘상 매해 그렇게 오지만, 또 그렇게 훌쩍 지나갑니다.
10월이 시작되는 첫주입니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가을 시 한편 읽어보면서
가을의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면
이 또한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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